설교

빨주노초파남보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옛적에, 그때에도 오늘날처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옛날에도 불의가 가득하고, 부정과 부패로 추한 세상이 되고, 온갖 퇴폐와 향락, 음란의 악한 일들이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사람들은 욕정과 육체적 본능에 이끌려 살며 타락했고, 하늘을 우러러보려 하지 않고 오직 땅의 일에만 관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내려다보시니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지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꼴이 동물보다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도저히 이 더럽고 추잡하고 역겨운 꼴을 더 이상 보고만 계실 수 없었습니다. “안 되겠어, 무슨 수를 써야지 희망이 없어.” 긴 한숨을 내쉬던 하나님은 쓸모없는 인간들을 세상에서 쓸어버리리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악한 세상 한 귀퉁이에서 맑은 빛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비록 그 힘이 약해서 탁한 공기를 바꿀 수는 없어도 오염되지 않은 향긋한 향기를 풍기는 곳이 있었습니다. 노아, 노아의 집이었습니다. 노아는 의로운 사람, 잘못된 세상으로 가슴앓이하는 믿음의 사람입니다. 노아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아무리 세상 사람 모두가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그 길이 바르지 않으면 걷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늘 향해 늘 무릎 꿇어 기도하며, 세상에서 올곧게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서 희망을 발견하셨고, 노아를 통하여 새 역사를 시작하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물속에 잠기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노아는 방주에서 나와 가장 먼저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예배하였습니다. 이 일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셨습니다. 하나님 자신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노아를 통해 하나님의 꿈이 이뤄질 줄 믿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 세상에 아름다운 ‘빨주노초파남보’ 빛나는 무지개를 걸어 놓으셨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를 만드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셨습니다. “노아야, 새 세상을 잘 가꾸어 가거라.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는데, 이것이 나의 세상과의 약속이요, 언약의 증거니라.”

노아는 무지개를 우러러보았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는 밝고 맑은 빛을 내면서 노아에게, “나를 가져요, 나를 잡아요, 나를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무지개 빛으로 빛나게 만들어 봐요.”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노아는 무엇엔가 이끌리듯 손을 ‘쑤욱-’ 내밀어 붉게 빛나고 있는 빨강 무지개 빛을 잡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빨강 무지개 빛은 노아의 손 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것입니다. 노아는 떨리는 심정, 황홀한 느낌으로 손안에 들어온 빨강 무지개 빛으로 오므락조므락 조심조심 무엇인가를 만들었습니다. 노아가 만든 것은 작은 불꽃이었습니다. 교회 제단 위에서 타오르는 촛불과도 같았습니다. 불꽃은, 노아의 기도였습니다. 기도의 불꽃은 홀연히 변화하더니 오순절 다락방에 내리셨던 성령의 불꽃이 되었습니다. 성령의 불꽃이 노아를 감싸안을 때, 노아는 무릎 꿇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크신 복이 새 역사 위에 내려지기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노아는 초록 무지개 빛을 잡았습니다. 노아는 조금 자신 있는 솜씨로 비둘기를 만들었습니 다. 방주 문이 열렸을 때, 평화의 소식인 감람나무 새잎을 물어오고는 떠났던 그 비둘기입니다. 초록빛 비둘기는 노아의 손안에서 푸드덕 날갯짓하더니 세상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세상에 화해의 움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분단과 반목으로 죽어 있던 땅에 화해의 기운이 솟아나 평화통일의 싹이 초록빛 무지개로부터 트기 시작했습니다.

노아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노랑 무지개 빛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노랑 무지개 빛은 노아의 손이 닿자 스르르 자신의 빛을 숨깁니다. 다른 무지개 빛들을 더 찬란히 빛나게 하려고 자신을 바탕 빛으로 희생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려 했던 노아는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세상을 가꾸는 데 헌신과 봉사가 있어야지. 제 욕심부리는 동안 세상은 악해졌지. 자기를 내어놓고 이름 없이 자랑 없이 희생하는 빛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거야.” 노아는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을 즐거워하며 또 다른 무지개 빛을 뽑았습니다.

보랏빛 무지개입니다. 방주를 만들던 솜씨로 만든 것은 보랏빛 십자가였습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생명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입니다. 노아의 눈이 십자가 중심에 멈추었습니다. 그곳에 사랑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그 어느 날에 있을 일을 본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사랑하여 십자가를 진 하나님의 어린 양의 모습을 자신이 만든 보랏빛 십자가를 통해 보았습니다. 노아는 십자가 속에 담긴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감사와 감격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다섯 번째 무지개 빛, 파랑을 잡았습니다.

파랑 무지개 빛을 잡는 순간, 파랑 무지개 빛이 노아에게 말을 건넵니다. “나는 꿈이에요, 나는 희망이에요. 하나님의 말씀, 약속의 말씀을 믿고 사는 믿음이 있는 한 이 세상은 희망이 있답니다.” 노아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용솟음침을 느꼈습니다. 홍수로 피폐해진 세상에서 절망감을 느끼던 노아는, 자신에게서 희망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생기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제 두 개 남았습니다. 노아는 겸손하게 수줍은 빛을 내는 남색 무지개 빛을 잡았습니다. 남색 빛은 조용히 자신을 노아에게 맡깁니다. 노아의 심령 속에 스며드는 영혼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겸손하라.” 순간, 노아는 흠칫 놀랐습니다. 노아는 교만이 마음속에 작용함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새 세상을 가꾸는 첫 사람, 나는 하나님의 선택받은 사람이야.” ‘내가’라는 교만이 깊은 곳에서 고개 들려는 것을 남색 빛이 깨우쳐 주었습니다. 오직 주님께만 영광 돌리라고 남색 무지개 빛은 심령 깊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일곱 번째 무지개 빛입니다. 노아는 주홍빛 무지개를 잡으려다가 손을 멈추었습니다. 그곳에는 가을에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감과도 같은 열매들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홍 무지개 빛은 맡겨진 사명에 충성하여 얻는 빛입니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청지기 되어 얻는 은혜의 빛입니다. 썩어지는 밀알로 살아 30, 60, 100배의 결실로 만들어내는 빛입니다. 노아는 가만히, 주홍빛을 받들었습니다.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노아의 손길이 닿았던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일곱 빛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은 하얀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 빛이 노아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더니, 노아로 믿음, 소망, 사랑이 가득한 사람 되게 했습니다. 세상을 생명의 빛으로 가득 채울 사람 되게 했습니다. 하나님이 노아에게서 희망을 보셨듯이, 우리 그리스도의 빛을 가진 믿음의 사람들에게서, 이 세상을 그 옛날 겪었던 무시무시한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으로 만들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