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이야기 27

과(過)와 분수

1.

월드컵 예선전 멕시코와의 대결에서, 1:0으로 패배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월드 클래스 선수 몇 명을 소유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금 더 적극적인 작전을 펼쳤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면서, 과(過)한 주문일까? 되묻게 되었습니다. EPL의 적극적인 경기에 눈이 익은 나의 시각으로는 너무나 소극적인 팀 운영이라고 느꼈습니다. 뭐, 다음 경기를 기대해 보아야죠. 어쩌면 지도자의 역량 한계로 비롯된 것이라 한다면, 분수에 맞는 작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산책길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승리를 실수로 날린 것이 너무 아쉬워서랍니다.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들더니, 소낙비가 더워진 땅을 적시고 지나갑니다.

2.

지난 산책길 이야기는 구기동에서 승가사까지 북한산 산행 이야기였습니다. 그 후, 홍제천 산책길을 몇 번 걸으며, 몸에 붙은 과자(過字) 하나를 빼려고 애쓰며 얻은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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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하루의 일과 중 하나는 옥상의 작은 텃밭을 돌보고 가꾸는 일입니다. 봄부터 아내가 마련한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오른 세 종류 상추, 쑥갓, 깻잎, 아삭이 고추, 부추, 그리고 최근에 밥상을 빛내기 시작한 가지, 익기 시작한 방울토마토(방울보다 한참 큰 토마토), 등이 만든 텃밭입니다. 매일 텃밭에 물주기, 어린 상춧잎 떼어내며 쓴 시 한 편 나눕니다.

“상추”

새벽, 미명에

옥상 텃밭에 오릅니다.

기도 제목을 들고

어스름을 뚫고 밝아오는 동쪽 하늘 향해

들고, 올라온 기도 제목

펼칩니다.

기도처 텃밭

상추를

한 잎씩 뜯어내면

뜯긴 자리에

하얀 즙을 내며

아파합니다.

아, 매일, 새벽마다

상춧잎 뜯어내며

프로메테우스의 간(肝)을 떠올립니다.

밥상 위 생명 살림으로

상처를 반복적으로 쓰다듬는

자기 몸을 주는 상춧잎

기도 제목 되어

내 몸에 힘이 됩니다.

2026. 5. 31.

지난 5월 26일에 쓴 시도 나눕니다.

“고추꽃”

옥상 텃밭에, 새하얀

고추꽃이 폈습니다.

기다리며,

보살피면

고추를 선물로 받습니다.

목회가

어떤 것인지

배우게 합니다.

노오란

방울토마토 꽃이

곁에서 웃고,

가지꽃도

보랏빛 빛내며

나도 있다

미소 보냅니다. 시작하는 하루를

텃밭 앞 기도처에서

은혜로 시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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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5. 26. 고추꽃, 방울토마토 꽃, 쑥갓꽃, 가지꽃 사진을 나눕니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 제목 가지고 옥상 텃밭 의자에 앉아 밝아오는 동녘을 향한 기도 시간은 늘 ‘빚 갚기’ 시간이기도 합니다. 나의 목회는 빚으로 채워졌음을 고백하며, 기도 제목을 놓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동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으로 충만해지는 하루, 하루입니다.

옥상에 오르는 걸음으로, 몸에 붙은 과자(過字)를 떼어내는 첫걸음으로 삼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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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는 홍제천을 걷기 위해 나섭니다. 이때야말로 몸에 붙은 과체중(過體重)이라는 과자(過字) 떼어내기를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걸을 거리, 속도, 시간 등을 미리 정합니다. 요즘은 집에서부터 홍제 인공 폭포까지입니다. 내 나이, 내 몸, 내 상태를 고려해서 알맞게, 분수에 맞게, 적당(適當)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과(過)하면 고생하고, 과(過)하면 힘이 들어 숨이 찹니다. 넘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팡이가 등장하죠. 두 개의 지팡이는 몸의 균형을 잡게 하는데, 필수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직 아니잖아?” 라 했지만, 제 몸 상태를 부정하는 오만(傲慢)이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으며 겸손(謙遜)을 배웠습니다. 어머니를 닮아 땀이 많은 나는, 양복 입고 걷는 것이 스트레스입니다. 핑계 같지만, 그래서 운전대를 놓지 못합니다. 짧은 거리라도 조금이라도 걸으면, 온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아내는 불순물 배출 잘하는 것이니,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공식 모임에 갈 때는 걷는 것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몸의 체중을 줄이는데. 땀 흘리기가 한몫하는 것이니, 오늘도 홍제천 길을 지팡이 짚고 나선 것입니다.

4.

“제 버릇 개 주나?” 라는 말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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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도 여러 번 걷는 홍제천 길에서 새 꽃들을 만났습니다. 친절하게도 “홍제천에 살고있는 야생화 수종”이 100종이나 된다고 하는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틀린 안내판입니다. 야생화라고 한 꽃들은 거의 다 외래종입니다. 그것도 야생화가 아니라, 원예식물이 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작은 정원으로 조성된 곳에 심어놓고, “홍제천에 살고있는 야생화”라 했으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쩝쩝’ 혀를 찰 뿐입니다. 그래도 이름이라도 알아보자 하여, 인터넷에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왼쪽부터 아메리카 원산지인 ‘풍접초’, 북아메리카 원산지인 ‘금계국’(화), 원산지는 알 수 없고 이름도 이상한 ‘데빌 인 어 부시’ 꽃이랍니다. 땀 흘리며,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집에 돌아와, 옥상 텃밭으로 올라가 활짝 핀 ‘채송화’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이지만 어린 시절 꽃밭에 빠질 수 없었던 다육식물, 우리 꽃이 된 ‘이끼 장미’라 불리는 채송화와 비교해 보셔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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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옥상에서 텃밭을 살핍니다. 가지꽃 핀 자리에 가지가 자라고, 노란 토마토꽃이 핀 곳에 방울토마토가, 현재 60개가 열렸고, 노란 상추꽃이 펴 씨앗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리고 향기가 좋은 건강한 바질잎이 손길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하얀 꽃이 폈던 고추꽃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바울이 말한 대로(고전 3:6) 물만 주었는데,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신 텃밭이 땀 흘림의 감사를 깨닫게 합니다.

6.

그리고 나는 오늘 획기적이고 신선한 제의, 하나를 합니다.

대한민국의 축구 감독으로 손흥민을 그렇게 좋아했던 위르겐 클롭(Jürgen Norbert Klopp, 1967–) 감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는 EPL 리버풀 감독으로 평범한 사람(normal One)에서 특별한 사람(Special One)이 된 후, 2024년 시즌으로 감독직에서 사임한 세계적 감독입니다. 나는 그에게 대한민국의 축구 전체를 4년 동안 위임하기를 제안합니다. 2002년 네덜란드 감독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1946–)에게 맡겼던 것보다 더 권한을 확대하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선수 육성에 관한 전적인 책임을 맡기는 것입니다. 체육부가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건으로 그를 부르면, 한국 축구는 크나큰 발전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4년 뒤에 손흥민은 37세입니다. 아르헨티나 선수 리오넬 메시(Lionel Andrés Messi Cuccini, 1987–)가 2026년에 39세이지만, 월드컵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듯 손흥민도 4년 뒤에 클럽 감독 지휘 안에서 그럴 것입니다. 이강인이나 김민재는 성숙한 선수로 월드 크라스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2030년 월드컵 4강 진출!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꿈 깨!” 일까요? “분수를 알라” 라구요? 하하, 너무 엉뚱한 제의일까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헤세의 ‘데미안’ 책처럼 알을 깨야 새가 됩니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1936–)가 1970년에 발표한 ‘갈매기의 꿈’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높이 나는 새가 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올여름 동안 몸의 과(過)한 부분을 없애기 위해 옥상과 홍제천을 오가며, 또 새로운 산책길을 만들어 많은 땀을 흘릴 것입니다.


강석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