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
당항교회 담임목사 취임 인사
- 등록일
- 2026년 5월 10일
- 작성일
- 2026년 5월 2일
2013년 목사안수를 받고 단에서 내려오는데 외할아버지께서 제 손을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맙다. 여섯 살 때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 네 살, 다섯 살 때의 일들도 꽤나 또렷하게 떠오르는 일들이 많이 있는데, 여섯 살 때 외할아버지와 무슨 약속을 어떻게 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2~3년 뒤, 제 큰아들이 5살 무렵의 일입니다. 가족 모임을 할 때마다 이모부께서 큰아들을 부르십니다. “병헌아, 할아버지를 따라 해봐라.” 그리고 손을 잡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5대 목사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외할아버지와 여섯 살 때 한 약속이 저렇게 이루어진 것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목사의 길이 존경과 사랑만을 받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가 자라고 생각이 자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벽잠을 깨워가며 매일 말씀을 붙잡고 씨름해야 하는 길, 자발적인 검소와 겸손의 삶을 기대하는 세상의 눈을 피할 없는 길, 생각하고 말한 것을, 목숨을 걸고 지키며 살아내야 하는 길, 진실을 말하기보다 때로는 침묵해야 할 때도 있는 길, 무엇보다 아내와 자녀들이 함께 져야 하는 무게가 있는 길, 제가 가지고 있는 기질과는 맞지 않은 옷이라고 생각해서 우회도로를 걸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촌사람을, 생명을 사랑하고,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하루를 마감하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땀 흘리는 삶이 귀한 인생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이곳 남해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114년 전에 세워주시고 오늘까지 사랑과 은혜로 인도해 주신 당항 교회에서 담임 목사로서의 첫 사역을 시작하는 저에게 당항 교회 성도 여러분들께서, 그리고 함께 기도로 응원과 격려하기 위해 모인 모든 분이 기대하고 바라는 일들이 있으신 줄 압니다.
먼저 하늘 향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하나님 앞에 올곧게 서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교회는 성령님께서 일하시는 주님의 교회임을 분명히 하고, 사람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 진실 되게 살아가겠습니다. 이것을 바로 세워가고 지켜가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주님께 받은 사랑으로 성도를 사랑하는 목양의 길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어떤 목회를 생각하시냐?”라는 장로님들의 질문에, “어떤 목사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여쭈었습니다. 그때 “우리와 함께 사랑하며 사는 목사님이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주님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구하는 길에 힘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작은 것에서도 큰 것을 볼 수 있고,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는 주님의 지혜, 낙엽 한 잎에서도 울음을 느끼며 품고, 폭풍우 속에서도 굳건하여 은혜를 찾아내고야 마는 믿음을 지키며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