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度)를 넘는 사교육(私敎育)

3월, 초등학교가 개학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났는데 잠시 떠들썩하던 운동장에 어린이들이 없습니다. 교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노란색 학원 버스에 실려진 어린이들이 영어, 수학, 태권도, 피아노 학원으로 흩어집니다. 45시간 후 지친 몸이 도착한 집에는 여러 가지 선행(先行) 학습지가 기다립니다. 엄마에게 응석 부릴 틈, 투정할 틈도 없이 책상 앞으로 끌려갑니다. 정말 고단한 하루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집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4일 KBS에서 방영된 ‘추적 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에서, 우리나라에 유행병처럼 번지는 사교육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7세 고시’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56세 어린아이들이 유명 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입니다. 선행학습(先行學習) 문제인데, 서울대 재학 중인 대학생도 풀기 어려워했던 중ㆍ고등학교 수준의 시험문제였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선행학습의 나이가 점차 낮아져서 4세 고시반이 있고, 심지어 24개월 입시 전문학원도 있는데, 전국 각지로 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히 몬도가네(Mondo Cane) 급 사교육(私敎育), 도(度)가 넘은 사교육(私敎育)이라 하겠습니다. 몬도가네(Mondo Cane)는 1962년 자코페티(Jacopetti) 감독(이탈리아)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으로 ‘몬도’는 ‘세상’, ‘가네’는 ‘개’라는 라틴어에 어원을 둔 말로, 한국어로 의역하면 ‘개 같은 세상’입니다. 세계 여러 미개 지역, 문명사회를 가리지 않고 각국의 기괴(奇怪)하고 엽기적(獵奇的)인 풍습, 인간들의 어리석고 추악한 모습을 찾아 만든 영화였습니다. 24개월 유아기(乳兒期)를 갓 지났는데 학원에 보내다니, 이 교육이 확산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움뿐이었습니다. 24개월 된 유아에게 교육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그래서 몬도가네 급 사교육이라 한 것입니다. 조기 사교육은 몸의 성장과 뇌(腦) 형성 과정으로 볼 때, 강한 스트레스가 된다고 합니다. 특히 뇌의 전두엽(前頭葉, frontal lobes)은 뇌의 가장 앞쪽에 위치하여 뇌의 CEO라고 불립니다. 운동과 언어 능력을 담당,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 논리적 비판적 사고와 이성적 처리를 지원, 감정 조절, 기억을 입력하고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두엽의 손상은 충동과 행동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동정심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우울증, 조울증, 강박장애 등은 전두엽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전두엽은 만 5세부터 20세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데, 조기 사교육은 전두엽의 연결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의료전문가는 경고합니다. 물론 우리는 태교(胎敎)를 중시합니다. 태아(胎兒)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마음과 행동을 삼갑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투자는 아낌이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아탑(象牙塔, a tower of ivory)이라 불리던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렀습니다. 배우지 못하여 겪는 가난에 대한 한(恨)을 자녀의 공부를 통해 풀고자 했던 부모는 등골을 빼 학비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원을 받고 가정을 이룬 오늘의 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며 자녀의 ‘놀 권리’를 빼앗고, “아니요.”

라고 할 수 있는 선택권을 빼앗는 폭력을 “널 위해서”라고 강요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녀를 인격체(人格体)로 존중하는지, 아니면 사유물(私有物)로 여기지 않는지 묻게 됩니다. 프랑스 르몽드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이 한국 학생이라” 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이 시론자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 나 한 번쯤 아들, 딸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학원 갈래? 놀래?” 모든 자녀가 건강한 전두엽을 형성하는 행복해하는 길을 함께 걷게 해 보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미래에 이상한 성격의 젊은이들로 채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 석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