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이야기 2

늘 새로운 길

산책길 이야기 2 원문에 실린 그림 또는 사진 1

산책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집이다. 언더우드 가(家) 기념관, 이 집은 담쟁이 넝쿨로 덮여있다. 나는 담쟁이 넝쿨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의 목회에 대한 꿈이 담긴 믿음이다. 총회 교육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겨울 동안 오래된 건물의 벽은 담쟁이 넝쿨이 남긴 마른 줄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봄이 되고, 교육원 뜰이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등의 봄꽃들로 채색되고, 여린 연두 빛 새싹들이 나무마다 파릇파릇 돋아나 봄을 노래하는 소리로 채우는데도, 담쟁이 넝쿨의 잎사귀는 돋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불그스레한 여린 잎들이 마른 줄기에서 솟아나기 시작하더니, 하룻밤 사이에 왼 벽이 담쟁이 넝쿨 잎으로 채워졌다. 그것도 한꺼번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벽은 한 순간에 푸른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너무나 신기했고 놀라기도 하였다.

이때 가슴 속을 뜨겁게 때리고 지나가는 깨달음이 있었다.

핵폭탄 폭발의 원리였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 어느 때 갑자기,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때”를 믿음으로 기다리며, 하나님의 뜻을 따르며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예수님의 제자 된 사람으로 어둠의 세력이 활개 치는 곳에서, 참 빛을 나누어 받은 작은 빛을 꺼트리지 않게 사는 것이 믿음의 삶이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그 때의 깨우침은, 오늘까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짙어졌다.

언더우드 가(家) 기념관을 덮고 있는 담쟁이 넝쿨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산책길은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같은 길이데 ‘늘 새로운 길’이다.

한 번도 똑같은 얼굴을 보여 준 적이 없다.

산책길 이야기 2 원문에 실린 그림 또는 사진 2

‘늘 새로운 길’이라고 쓰고 보니, 윤동주의 시를 나누고 싶다.

새로운 길

산책길 이야기 2 원문에 실린 그림 또는 사진 3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 5. 10

나의 길,
주께서 맡기신
목양의 길
40년 넘게 걸은 길

나를 따르라 하곤
훌훌
골고다를 향한 걸음

따른다고 따라 걸은 걸음
그 길 걷는다고 걸은 걸음

골고다를 향했을까
십자가를 져 봤을까
끝없이 나누어 본 사랑이었을까
버리고 버리며 가난해 진 걸음이었을까
참고 참으며 닮아졌을까

아무리 뒤돌아보아도
없다, 없어
주님의 발자국은 없다.

부끄러움 가슴에 가득 담고
이제부터라도
주님의 발자국 밟아야겠다,
새로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