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 저런 생각

“아~~~. 덥다! 정말~~, 덥다!!!”

  1. 지구 북반구 온 세계가 불볕더위로 벌겋게 달궈졌다. 지난 7월 7~13일 전 세계 12,000m 상공에서 고기압이 발달된 상태를 나타낸 열(熱)지도를 보면, 빨간색일수록 고기압이 강하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다. 북위 30도 이상 북반구가 강력한 ‘히트 돔(heat dome)’에 갇힌 것을 알 수 있다. 7월 10일 미국 메인대학기후변화연구소가 제작한 ‘오늘의 기후지도’를 보면 전 세계가 열파에 휩싸여 빨간색으로 불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 전체가 빨간색으로 무섭게 물들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보인다. 7월 10일 05:13 캐나다 퀘벡의 온도는 18도였는데, 같은 날 지구 사진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퀘벡 주에서는 14일까지 온열 질환으로 최소 70명이 사망했다. 펄펄 끓는 지구,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북반구에 찜통더위가 나타난 것은 뜨거운 고기압 이 12,000m상공에서 북반구 전체를 뚜껑으로 덮어 열을 가두는 ‘히트 돔(heat dome)’현상 때문이란다. 기상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 합의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온난화로 전 지구의 기후 사이클이 망가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지구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열아홉 해를 꼽아보면 그 가운데 2000년부터 2017년까지 21세기 열여덟 해가 모두 들어간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부인할 수 없는 통계자료이다. 산업혁명 후 200년 사이에 지구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갔는데, 세계가 열파(heat wave)에 휩싸였다. 21세기말에는 지금보다 다시 2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구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예상인데, 그래서 지구의 종말은 인간의 손에 의해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

요즈음 사람들마다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아! 덥다 더워. 정말 덥다.” “너무 더워 죽을 것 같다.” “정말 날씨가 미쳤나보다.”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집 에어컨이 두 주일 전에 고장이 났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점검해 보니 문제가 있어서 5월 18일에 A/S를 받아 냉매를 채웠는데, 장마가 끝날 무렵인 7월 11일부터 냉방이 되지 않았다. 지난 두 주간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웠던지, 1994년 이후에 최고로 더운 날씨였다. 수은주는 끝을 모르고 올랐고, 6층 꼭대기 층의 우리 집은 새벽시간에도 뜨거워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생체리듬도 깨어지며, 무더위에 적응하느라 몸은 힘들었고 지쳤다. 어쩔 수 없이, 재래식 방법으로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흘리는 땀으로 적셔진 내의를 갈아입으며, 그때마다 등목 하듯 찬물로 더워진 몸을 식혔다. 아이스 팩을 열심히 얼려 수건에 둘둘 말아 등과 목에 붙여, 오르려는 몸의 온도를 내리려고 애썼다. 이 방법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선풍기 한 대를 책상 밑에서 주 52시간 노동을 무시한 채 쉼 없이 돌아가게 했다. 해진 후에 꼭대기 층 집의 약점대로 더 더워진 집을 나서 한 시간 정도의 땀 빼기 걷기운동도 했는데, 이열치열의 효과가 있었다. 그동안 냉장고의 찬물은 흘리는 땀을 보충하느라 바빴다. 이렇게 더위와의 전쟁을 하며, 에어컨 없는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열대야로 잠 못 이루다가 겨우 잠이 들면, 어디선가 모기 한두 마리가, 놀랍게도 늘 비슷한 시간인 밤 1시 경에, 그리고 새벽 4시 경에 나타나, 공습을 한다. 어떤 때는 물린 곳이 가려워서, 어떤 때는 ‘앵’하는 비상경고 날갯짓 소리 때문에 깼다. 모기도 살려고 사람을 물지만, 모기 잡는 일이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어찌나 잘 숨는지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시간은 금방 간다. 겨우 전기모기 채에 ‘뿌지직’ 소리를 남기고 징계를 마치고나면, 아침에 피곤이 풀리지 않는 푸석푸석한 얼굴을 거울 앞에서 만난다. 책도 읽히지 않고, 밥맛도 떨어져 식욕도 사라졌다. 참 힘들고 고달픈 두 주간이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고난과 괴로움도 참고 견디다 보면, 반드시 피하고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이 무더위 또한 반드시 지나간다. 가을은 온다. 그래서 ‘그 때’를 기다리면서, 생각만이라도 피서의 푸름을 마음에 담으면서 참았다. 다행히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아 모든 문을 열고 지냈고,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견딜 만하다고 여기게 되었는데, 24일, A/S기사가 와서 냉매를 채워줬다. 수리가 된 것이 아니어서, 다시 냉매가 빠져나갈 것이지만, 급한 불을 끈 셈이다. 당장 에어컨을 켰다.

“아, 시원하다. 살 것 같다.” 언제 더위로 괴로웠던가 싶도록, 몸은 금방 환희의 소리를 지른다. 정말 간사한 몸이다.

3.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냥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무더위를 이겨내고 싶어졌다. 몸이 신호를 보내오는데, ‘한 번 해 보라’고 한다. ‘시도해 보라’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어느 누가 이 폭염을 멈추게 할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까? 물음이 천둥소리로 들려왔다.

슬픈 진단이지만, 없다. 솔직히 현재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에 대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우리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집안에 갇힌다. 집안의 열을 밖으로 내뿜으니 ‘히트 돔’ 현상에 부채질 하는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견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에어컨을 포기할 수 있을까? 없다. 집집마다, 자동차마다, 건물마다 내뿜는 열기를 상상만 해도 괴롭다. 지구온난화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석유 사용의 찌꺼기라고 할 수 있는 비닐류의 폐해도 심각하다. 죽은 고래의 몸에서 버려진 폐비닐이 몇 톤씩 발견되는 일에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태평양의 섬 하나가 폐비닐로 가득 찬 사진에 ‘큰 일’이라고 하고,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빨대가 동물들 생명의 흉기로 변신한다는 것을 알고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지만 동참하는 수가 미미한 것은, 잠깐의 편함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런 종류의 경고등은 수없이 켜져 있지만, 어느 누구도 경고등으로 여기지 않고 무시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결과, 그리스 아테네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서 해안절벽으로 내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최후의 폼페이의 날’을 경험하며 죽었다. 미국 Yosemite국립공원에서도 산불로 여의도 13배 면적이 재로 변했다. 라오스에서 우리나라 기업 SK가 건설한 댐의 보조 댐이 2주간 계속된 비로 붕괴하여 50억mᶟ의 물이 6마을을 덮쳐 수백 명이 실종되었다. 7월 초에 일본 서부 지역에 1,000mm 넘는 폭우로 200여 명이 숨진 일이나, 중국 베이징 연평균 강수량이 500~600mm 인데 사흘간 1년 강수량의 절반 가까운 300mm가 내리면서 20년 만에 최악의 침수 사태가 발생한 것도 지구온난화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에서는 월드컵 기간에 높은 기온으로 산불이 발생해서 8만ha(2억4200만 평)의 숲을 태웠다. 시베리아 지역도 낮 최고기온이 연일 30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지금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을 조금도 양보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무섭다. 혹시나 지구의 종말이 21세기가 다 가기 전에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더워진 몸 위를 스멀스멀 기어가는 벌레 같아, 소름이 돋는다.

4.

문제는 이 폭염뿐만이 아니다. 폭염을 더 뜨겁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더운 날씨보다 더 뜨겁다. “사업은 힘들고 세금도 과도하게 나와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심각히 고민하며 토해내는 50대 중소사업가의 한숨은 펄펄 끓는 수증기 같다. 이 속에서 청와대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헬기의 프로펠러가 통째로 떨어져 추락하여 숯덩이가 되어 순직하는 일이 벌어지고, 대한민국의 굴지의 항공사들의 갑질이 연일 메스콤을 장식하고, 여름밤 강변축제가 끝나면 버려진 쓰레기가 수만 톤이나 되는 부끄러운 일이 고쳐지질 않는다. 최저임금 시행문제로 온 나라가 더 뜨겁게 달궈지는데, 정치와 사회 전반에 번진 양극화 현상이나 세대 간의 갈등이 해소될 전망이 조금도 보이질 않는다. 가치관이 혼돈에 빠져들어 무질서한 정신세계에서 방황하여 카오스의 세계가 되어가는 것도 바로잡힐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더워 죽을 맛인데, 모든 곳에 길이 보이지 않는 사건들이 가로막고 높은 벽을 쌓아 올리며 바람 길마저 막아버렸다. 물가는 급등하고 있지만, 소비심리는 급랭되어 살림살이 경제가 답답하기만 한데, 정치권의 혼돈은 실타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계엄문건으로 일사불란해야 할 군이 내부분열 상태이고, 정치인이 드루킹에게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돈을 받았다고 후회하며,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충격적인 자살을 했다. 시민의식은 어떨까? 서울시에서 시 예산으로 마련한 1만4000원짜리 자전거 안전모를 무료로 빌려주기 시작했는데, 불과 나흘 만에 절반이 사라졌다. 곧 휴가철이다. 올 해 휴가풍경은 어떨까? 휴가철에 국내에서 바가지 쓸 바에야 경비를 조금 늘여 해외로 여행하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호구 되느니 검소하게 해외여행을 하겠다.”

고 하고, 피서지 상인들은 “여름장사로 1년을 먹고 사는데” 왜 자동차트렁크에 먹을 것 마실 것 등 모든 것을 다 준비하여 와서는,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푸념하게 되었는지? 휴가철이 되면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증할 텐데, 이것이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의 현주소라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현실들을 보고 있자면, 더운 여름이 더 답답해지기만 한다.

“아, 정말 덥다 더워! 월드컵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이겼던 것 같은 열섬에 서늘한 바람 길은 없을까?”

5.

김윤식 목사님과 메일로 오고간 글을 나눈다.

글말 사이에서 더위를 식힐 서늘한 바람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18년 7월 24일, 김윤식 “깜깜한 밤에는 발가벗어도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새벽을 깨웁시다. 광명의 태양이 떠오르도록!” 2018년 7월 24일, 강석찬 “요즘은 벌건 대낮에도 발가벗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답니다. ㅎㅎㅎ 더러운 짓을 하고도 하늘 향해 한 점 부끄럼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쇠귀에 경 읽기’ 일지 몰라도 해야 할 말 외치는 용기 있는 목사님이 소중합니다. 나중 일이야, 주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2018년 7월 25일, 김윤식 “요즘 같은 폭염에는 발가벗고 다녀도 부끄러운 줄 모르겠네요. 너무 더워서 누가 밖에 나오겠어요? ㅎㅎㅎ”‘이런 생각, 저런 생각’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한낮이었는데, 버얼건 석양이 넘어가고 어둠이 세상을 덮었는데,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헉헉 거리게 하는 더운 바람이 쉬지 않고 들어왔다.

지구의 위기를 막아보자고 에어컨을 켜지 않고 견디던 몸이 기어코 항복을 했다.

“아, 약한 자여. 그대는 사람이로다.”

(***)강석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