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牧師에게

1979년 6월 18일, 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승구(承求)라고 이름을 지으면서 牧師의 가계(家系)를 이어주길 기도했단다.

1979년 11월 6일, 내가 牧師가 된 날 牧師로서 아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첫 안수기도를 하면서도 같은 기원을 하나님께 드렸단다.

2013년 10월 22일, 자원은퇴를 하고 오늘, 2013년 11월 21일, 牧師가 되는 아들의 머리에 기름부음의 안수를 하면서 아들의 증조할아버지 백남(白南) 강병주(姜炳周) 목사님, 할아버지 만산(晩山) 강신정(姜信晶) 목사님, 그리고 나 만수(晩水) 강석찬(姜錫璨) 목사의 대(代)를 이어 牧師가 된 것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의 섭리에 감격하며 감사를 드린다.

아들아, 할아버지께서 내가 牧師가 되었을 때 잠언 27장 23절 말씀을 주셨단다.

“네 양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떼에 마음을 두라.”

세월이 지나며 새겨드는 생각은 목회의 본질을 잠언을 통해 가르친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나의 34년간의 목양(牧羊)의 길잡이의 말씀이었단다.

그리고 1997년 11월 16일, 할아버지 세상 떠나신 후에 할머니께서 네 아버지께서 마음에 두신 요절이라 하시며 주신 말씀이 있다.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하시도다. 나는 항상 그가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므로 나를 혼자 두지 아니하셨도다.”

요한복음 8장 29절 말씀이다. 이 말씀으로 할아버지의 목회가 어떤 것이었는지, 어떻게 “용기 있는 화해자”로 사실 수 있었는지를 알게 하였단다. 이 말씀은 내게 목회의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흔들리지 않게 한 버팀목이 되었단다.

이렇게 내가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말씀들을 되새기면서 아버지 牧師로서 아들 牧師에게도 주고 싶은 말들을 기도하며 준비하였다.

아들아, 레위기 11장 45절 하나님의 말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를 일생 동안 새기며 살면 좋겠다고 여긴다.

성속(聖俗)의 구별이 상실되어 가는 교회와 세상이다. 해가 지날수록 거룩이 귀해질 것이다. 거룩, 성결(聖潔), 성스러움을 바르게 지키는 牧師로 살거라. 牧師는 성직(聖職)이니 거룩히 여기어라.

아들아, 牧師는 한결같아야 한다. 하나님이 한결같으시고, 주님 또한 그렇다. 그래서 진리요 길이다. 한결같기에 믿음의 대상이다. 여일(如一)하신 주님을 배우고 닮으려 노력해라.

아들아, 할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목양의 자세를 되새기면 좋겠다. 사랑에 한결같아야 한다. 편애는 금물이다. 누가 약자인지, 소외받는지 살펴 배려하며 보살피는 선한 목자가 되어라.

아들아,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결정을 하려 할 때 “신앙적인가?”를 물어라.

사람의 생각으로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고 판단되어도 그것이 신앙적이지 않다면 牧師를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 같이 보여도 신앙적이라면 주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태도에서 영적 지도력(靈的指導力)과 영적 권능(靈的權能)이 나타나게 된다. 牧師가 신앙적으로 사는 일에 본이 되면서 이끌면 성령께서 반드시 도우신다.

주님의 교회를 이루어 가는 데 牧師는 도구임을 잊지 말아라. 牧師는 성령께서 이루어 가시는 데 보조 역할일 뿐이다. 牧師가 한다는 생각은 유혹이요 시험이다. 牧師가 앞서면 주님이 하실 역할은 뒤로 물러나게 된다.

주님께서 하시도록 하는 것이 목회(牧會)라고 나는 말한다.

아들아, 교인을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힘쓰고 이끌어야 한다. 교회의 제도에 얽매여 복음을 잃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牧師는 주님의 교회를 세우는 청지기다. 사람의 교회가 아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牧師이어야 하며, 세상적인 가치의 욕심에서 자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들아, 4代 牧師라는 것이 자랑꺼리라 여기진 않지만 여기에 하나님의 은총이 있음을 믿는다. 어쩌면 굴레일 수도 있단다.

3代 牧師의 길을 앞서 걸었기에 이 길과 삶이 거룩한 길로 복된 것이긴 하지만 십자가(十字架)임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잘 알기에 이 길에 들어선 아들이 아버지로써 고맙고 자랑스럽고 안쓰러운 마음임을 숨길 수 없구나.

아들아, 가문의 영예도 분명히 소중하다. 그러나 분명하고도 확실한 것은 “하늘 향해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노래한 윤동주(尹東柱)의 시처럼 牧師로써 하나님 앞에 올곧게 서는 한 사람의 신앙인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함을 기억하여라.

주님께서는 “겨자씨만한 믿음”을 말씀하셨지. 그렇다. 겨자씨 속에 담긴 마음, 믿음, 사랑, 꿈, 생명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힘이란다.

아들아, 늘 牧師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물음에 자신을 세우고 채찍질해야 하는 소명(召命)이 있단다.

아들아, 牧師에게는 예수 사랑, 이보다 더 큰 힘은 없다. 예수를 만나 예수를 품고 살면 이 걸음이 보람이요, 이 삶이 행복이다.

牧師는 때의 예언자이니 시(時)를 살피는 영안(靈眼)을 뜨고, 牧師는 설교(說敎)의 소명이 있으니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묵상하여 생명수 길어내며, 牧師는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 교회, 세상을 살리는 치유자이니 자신의 건강, 영적(靈的) 건강을 위하며 욕심에서 떠나며 일용할 양식으로 감사하며 자신의 몸을 치는 수행(修行)에 게으르지 않으며 牧師 자신의 가정을 잘 세워야 한다.

아들아, 사람으로는 참으로 어려운 걸음을 떼기 시작했구나.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 하시며 도우실 것이니 두려워 말아라.

아버지 牧師의 여생(餘生)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항상 깨어서 마르지 않는 눈물로 기도하며, 아들 牧師의 걸음마다에 주님의 향기가 우러나고, 작은 것에서도 큰 것을 보고 큰 것이라도 작게 볼 수 있으며, 낙엽 한 잎에서도 울음을 느끼며 품고, 폭풍우 속에서도 굳건하여 은혜를 찾아내고야 마는 주님을 닮는 牧師로 성숙해지기를 아들이 牧師가 된 날에, 아들을 사랑하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 牧師가 축원한다.


2013년 11월 21일, 아버지 牧師가